어떤 경우 더 빨리 진행하고, 빨리 죽나요?
루게릭병 환자들을 500여 명 가까이 진료하면서 환자들(5~10%)에 따라서 10년간 나름 안정적인 경과로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환자분도 있는가 하면 진단하고 말이 어눌해지고 나서 1개월도 안되어 식사를 간신히 하다가 2개월 차에 호흡부전이 악화되고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호흡마비와 심부전, 부정맥으로 3개월 만에 단명하는 환자분도 경험하게 된다.
루게릭병의 증상 발생 후 사망까지의 평균 시간에 있어서 20개월에서 48개월로 알려져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빠른 경과의 환자분도 간혹 보게 된다. 진단받고 1개월 만에 본원에 입원하시고는 1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서 심근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겪을 때에는 너무나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수가 있는 건가요? 그냥 빨리 하늘로 가는 게 나은 것이겠지요’라고 울먹이는 보호자분의 눈물이 선하다.
최근에도 비침습인공호흡기를 하기도 하고 순응도가 떨어져 결국 기도삽관후 기관절개술을 하기로 결정되었던 환자분도 부정맥을 동반한 심근병증과 다발장기부전으로 수술을 수일 앞두고 사망한 경우도 있다. 여러 신약들의 투여와 진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하는 환자군에 대해서는 의료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오늘 뵙게 되는 신환분이 그런 분이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예후 인자가 생체지표, 혈액검사상에서 관찰된 바는 없다. 대체로 NK 세포수치가 떨어지거나, 만성빈혈수치가 자주 관찰된다는 점, 타 환자군에 비하여 중성지질혈증이나 간수치 경도 상승소견이 자주 관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직접 예후를 시사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까지는 환자분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과에는 응급실을 왕래하면서 그냥 겪어가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 가족이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구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은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하여 알려진 비교적 입증된 예후인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발생 연령 : 아무래도 고령에 발생한 환자가 더 빠른 악화를 보이게 된다. 40세 이전에 발생 환자들이 비교적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2> 성별 :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구마비로 발생되는 경우가 여자 쪽에서 다 많은 성향을 보이고 있어 여자 쪽에서 예후가 더 안 좋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3> 진단 지연 :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신경과에서 진단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통증클리닉, 이비인후과, 내과 등에서 초진을 거쳐 돌고 돌아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돌고 돌아서 진단된다는 말은 그만큼 생명에는 위중한 경우가 아니고,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에 들어가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예후로 나타나기도 한다.